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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7-02-03 00:00 조회8,2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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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인사
세상을 깨우는 수탉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끈질기게 인내하면서 견뎌온 참으로 길고 추운 어둠의 시간들이었다. 흥사단부산지부 반백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많은 훌륭하신 단우들, 아카데미인들이 거쳐 가고 거쳐 갔다. 줄잡아 2000여명은 되리라 생각한다. 이제 100여명이 끝까지 남아 집을 지키더니 용케도 단소를 짓기에 이르렀다. 많은 우려와 곡절이 숨어 있다. 수없이 많은 짜증나는 설전도 있었다. 단소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운동이 필요하다는 처절한 비판도 있었다. 사람을 모아야 할 때에 돈을 모으고 있다는 자조적인 언어들에 시달리기도 했다. 돈을 모으니 사람이 도망간다는 비판도 있었다.
돈이 많으면 얼마나 많겠는가? 아무리 많다 해도 돈을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껏 내놓고도 좋지 않은 입방아에 참기 힘든 울분을 견뎌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많은 회의와 갈등이 있었다. 작은 일이었다. 그러나 돈을 모아 집을 짓는 일에는 말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차라리 안내더라도, 못 내더라도, 내는 사람의 열성에 찬물을 끼얹거나, 평가절하하거나, 덜 낸다고 욕하거나 이런 일은 없어야 했다. 내신 분 중에, 못 내신 분 중에 이래저래 서운한 마음만 많이도 만든 과정이었다. 좋은 일 하려다가 속상하게 하는 일만 많이 만든 못된 일을 저지른 야릇한 기분이다. 반성하고 반성한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좋은 선배가 있었다. 소란 속에서 가끔 만날 때마다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던 선배 단우, 두말없이 돈을 주면서 ‘좋은 지부장 만났구먼…….’ 하는 선배 단우, 통무소식에 30년을 넘긴 옛 아카데미 동지의 정말 아무 말 없는 통장 입금, 이런 좋은 사람들에게서 큰 믿음과 힘을 얻었다. 그분들 때문에 경솔할 수 없었다. 이 좋은 분들의 사랑과 믿음이 나를 많이도 키워주었다. 그리고 자신감을 버리지 않게 하였다.
이제 날이 새는 모양이다. 새벽이 오는 모양이다. 부산의 옛 관문, 역사적 향기가 가득한 곳에 작은 샘을 파고 마르지 않게 가꾸면서 말없이 스며 흐르게 하는 작은 일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썩은 물, 구정물은 녹여 씻어내고, 세상 구석구석을 거쳐 바다로 흘러가는 깊은 샘을 파야한다. 어렵게 찾은 이 샘터를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 방치해서도 안 된다. 사막의 오아시스로, 도심의 수원지로, 마르지 않는 샘으로 가꾸기로 하자. 무척이나 더운 어느 날 도산과 함께 속이 시원한 해갈의 기쁨을 이 샘물과 함께하는 작은 소망을 키우려 한다.
임 성규 선배님! 이 상호 선배님! 특별히 가슴을 열고 깊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2005년 이른 아침에 새 단소를 축성하면서
류 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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